전통주택/불상및 탑의 종류

[스크랩] 사바세계를 밝히는 光明燈 -화엄사 석등

시인의마을들 2006. 6. 9. 10:17
 

이번 호에는 화엄사의 석조물중 마지막으로 석등에 관하여 알아보면서 네 차례에 걸쳤던 화엄사의 답사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앞마당에 자리 잡고 있는 높이 6.4m의 커다란 석등(石燈)...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석등은 그 높이만큼 위압적인 크기로 방문자의 눈앞에 다가옵니다.

                                                <화엄사 석등>

 불가에서 석등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불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부처의 사리를 모신 탑이 예배의 대상이 되었고 불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불상을 모시기 위한 금당(金堂)이 건립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당 앞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아니더라도 사리를 대신하여 인조사리인 보석류를 봉납한다거나 또는 불교 경전을 봉안하는 법신사리(法身舍利)의 봉납 방법으로 탑의 건립은 지속되어 왔는데 그렇다면 석등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불가에서의 등은 불을 밝히기 위해 마련되었다기보다는 마음을 밝히는 의미로 인식되어야 할 것입니다. 화엄경(華嚴經)에는 “부처님의 공양구중 가장 으뜸은 등(燈)”이라고 했듯이 마음을 밝히는 등은 곧 불법(佛法)을 말하는 것이며 이 불빛은 중생의 제도를 이끄는 것으로 불전 앞에 등을 세우는 것은 불법을 통하여 마음을 빛내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연등회(燃燈會)는 불가의 가장 큰 행사였으며 오늘날까지도 부처님 오신 날에 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괴로워하는 중생의 마음을 밝히는 광명등(光明燈)이 곧 불법(佛法)이니 화엄사의 석등은 불가에서 큰 빛인 불법으로 온 세상을 밝히기 위하여 웅대하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화엄사의 석등은 신라시대 석등의 일반적인 형태인 팔각을 정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엄사 석등을 상하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마치 장구위에 불을 밝히는 부분인 화사석(火舍石)을 얹어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석등에서 화사석을 받치고 있는 부분을 간주석(竿柱石)이라고 하는데 그 형태가 장구와 같다고 하여 고복형(鼓腹型)이라고 합니다.

     <간주석부분이 장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형태를 고복형(鼓腹型)이라고 한다>

 자...그러면 화엄사 석등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국보 제 12호로 지정 된 석등이 놓인 자리는 팔각의 기단석(基壇石)으로 만들어졌으며 하대석에 커다란 여덟 잎의 연잎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덟 잎의 교차점인 모서리에는 귀꽂이 하늘로 솟아오르다가 멈춘 듯 조각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귀꽂은 매우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당시 석등을 만드는 석공의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신앙심을 바탕으로 최고의 석등을 만들기 위해 신심(信心)을 다 바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대석의 귀꽃 모양>

 간주석인 장구모양 바로 아래는 이 간주석을 받치는 팔각의 받침돌이 놓여 있는데 받침돌 아래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다소 복잡한 것 같은 매우 특이한 구름무늬(雲紋)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구름문양으로 보기는 난해하지만 일반적으로 구름문양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간주석에 해당되는 장구 형태의 한 가운데는 두 줄의 테두리를 둘렀고 4엽으로 활짝 핀 꽃무늬를 조각하였습니다. 마치 장구의 중간 매듭부분을 보는 듯 하죠? 화사석 바로 아래는 기단석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여덟 잎의 연 잎으로 앙련(仰蓮)을 돌리고 그 위에 받침석을 놓고 불을 밝히는 화사석을 놓았습니다.

 

  <간주석의 문양으로 활짝 핀 꽃 문양인데 이는 단청에서 나타나는 감꽃을 닮고 있다>

 화사석은 8면을 번갈아 가며 4개의 화창(火窓)을 두었고 지붕돌은 아랫면이 평평하게 만들어졌으며 기단석과 마찬가지로 지붕돌의 모서리인 추녀에는 힘찬 귀꽃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상륜부에 축소되어 나타나 상륜부의 보개(寶蓋)는 화사석의 지붕돌을 축소시킨 것과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상륜부는 초기 건립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할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특이하게도 상륜부의 노반은 팔각의 석등과 같이 각을 이루고 만들어졌으며 선각(線刻)이지만 연잎을 표현한 복련(覆蓮)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등의 상륜부는 온전하게 남아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석등의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시대에 조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라 중기의 석등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진 불국사 석등은 간주석이 밋밋하고 아무런 장식이 없으나 9세기에 이르러 간주석이 볼록해지기 시작하며 소위 고복형이라고 불리는 형태와 더불어 화려한 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그 이후에는 화사석에 서천왕이나 신장을 새긴다거나 간주석이 법주사의 석등같이 사자가 받치는 형태로 나타나는 등 화려하게 변화를 하는데 화엄사의 석등은 이러한 변화의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 석등 앞에는 팔엽의 연꽃 3개가 조각된 배례석(拜禮石)이 놓여 있어 이 석등도 예불의 대상이 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석등 앞의 배례석>

 전체적으로 화엄사의 석등은 화사석이 너무 커서 간주석과 어울리지 않는 듯 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실상사 석등의 알맞은 균형과 비교가 되는 것으로 간주석으로 사용되고 있는 장구형의 간주석이 화사창의 크기에 비하여 조금 작은 듯 버거워 보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화엄사 석등은 불가의 최고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엄석경(華嚴石經)을 보관하고 있는 각황전(覺皇殿) 앞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부처의 설법이 담긴 화엄경을 만 천하에 전파함과 동시에 괴로움 속에 고통스러워 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웅장한 모습으로 광명등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출처 : 수수께끼의 낡은 보물창고
글쓴이 : 가시나무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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