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교교회는 추석날 당일 새벽 5시에 합동추도예배를 드린다. 이북출신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참여,
70여명이 함께 한다. 사진은 본당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승호 목사. ⓒ 들소리신문
자교교회, 추석날이면 새벽 5시에 어김없이 교회서 함께 예배 추도예배 드린 후부터 임진각 찾으며 눈물 흘리는 모습 사라져
한가위 명절인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서, 또 친인척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가족이 있어도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제적·심리적 이유가 아닌 나라가 정치적인 이유로 분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실향민들의 경우 북에 두고 온 혈육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사무치는 시기가 추석이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경복궁과 청와대 등 유서 깊은 부근에 자리한 자교교회(이승호 목사)는 바로 이런 현실을 감안, 25년 째 `추석 합동추도예배'를 드리고 있다. 70여 가정이 함께 하는 이 예배는 이제 자교교회의 전통이 되어 실향민 신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한 몫을 감당하고 있다.
109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자교교회가 합동추도예배를 드리게 된 것은 이승호 목사가 25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해 오고부터다. 이 목사는 이 교회가 북한에서 온 이들이 많음을 알고, 추석이면 실향민들의 아픔이 깊음을 인식, 시도했다.
사실 이 목사는 자교교회에 부임하기 전 교회에서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별로 호응이 높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교교회에서는 이북 출신이 많아서인지 말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됐다.
감리교회는 원래 미국의 남감리회가 한반도에 선교를 하면서 시작됐다. 분단이 되기 전 많은 북한의 신자들은 남감리교회에 익숙해 있었다. 한반도의 남북한이 분단이 되는 시점에 남한으로 온 이들은 자연스럽게 남감리교회를 찾아서 오게 된다. 자교교회는 남감리교회의 뿌리를 두고 있는 핵심교회였고, 이북 신자들을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하며 왕성히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명절 때만 되면 북쪽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안타까운 우리 한반도의 현실 속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도와 함께 실제적으로 이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합동추도예배였다.
합동추도예배는 추석 당일 새벽 5시에 신자 가족의 부모 이름을 호명하면서 시작된다. 120여 명에 달하는 신자들 부모의 이름을 일일이 예배 집례자가 부른다. 호명이 모두 끝나고 나면 교회에서 준비한 국화꽃 한 송이씩 가슴에 들고 강단 앞에 나와 헌화하며 예를 표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예배 순서에 따라 기도, 찬송, 설교, 축도 순으로 예배를 드린다. 여기서 특히 설교는 위로와 천국, 소망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처음 이 예배를 제안했을 때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이들은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70여 명 참석하는데, 이런 예배를 통해 마음에 위로를 받고 용기와 힘이 되어서인지 추석날 일부러 임진각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이승호 목사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합동추도예배'를 25년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는 것은 연중 목회계획에도 늘 포함시키고 있는 특별한 행사라며 “교회별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합동추도예배를 통해 `가족공동체'라는 연대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가족별로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통해서 유대관계가 더욱 강화되듯이 교회에서 많은 신자들이 가족처럼 명절에 함께 부모를 생각하고 기리면서 예배한다는 것은 신앙적으로 끈끈하게 연대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이들 중심으로 예배를 드렸지만, 이 예배에는 각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 대신 교회에서의 합동예배로 대신하는 이들도 꽤 생겨났다. 그 중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제사 문제에서 부담을 느낀 이들이 참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새벽 5시에 시작된 예배는 1시간 정도에 모두 끝난다. 그러면 성묘를 가는 이들은 성묘하러 떠나고, 친지들과 함께 하기 원하는 이들은 모임 장소로 이동하며 각자 흩어진다.
“새벽 일찍 5시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명절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입니다. 가족단위로 움직이는만큼,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시간을 좀더 자유롭게 쓰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지요.”
이런 예배를 제안한 이승호 목사가 이북 출신일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 목사는 충북 옥천이 고향이란다. 평일에 명절이 끼어도, 친지들끼리 모이는 시간이 있기도 하지만 추석날 합동추도예배를 한번도 거르지 않고 집례하며 함께 예배드리는 시간이 이 목사에게도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한국 고유의 전통인 `제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하니 이 목사는 “기쁘고 감사한 절기에 제사 문제로 부딪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실 그런 문제 보다는 가족적으로 더 화합하고 섬기는 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