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택/전통한옥짓기

흙집 제대로 알기

시인의마을들 2015. 6. 17. 09:00

흙집 제대로 알기

흙집은 가장 오래된 주거문화다. 우리나라기후와 풍토에 가장 알맞은 집으로 이미 우리 선조가 검증을 해주었다. ‘잘살아 보세’를 외치던 새마을운동이전만 하더라도 주거형태의 90% 이상이 흙집이었다. 어느순간에 변했다.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아파트가 도심의 대표적인 주거방식으로 자리하고 전원에서조차 서양에서들어온 목조주택, 스틸하우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일이다. 디지털시대로 대표되는 편리한 삶의 방식이 옛 살림집인 흙집을 구차하고 불편한 것으로 느끼게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흙집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장년층을중심으로 어린 시절,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튼실한 조롱박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흙내음 물씬 풍기던 초가에대한 향수를 못 잊기 때문이다. 물론 ‘황토방’으로 대표되는 흙의 효능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것도한 몫 했으리라. 흙집의 현대화가 시도되고 있다. 한 때열풍을 타고 황토자재 및 건축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지만 오래가지를 못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주거문화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저 예전 것을흉내 내기에 급급했고, 건강만을 내세운 상업성만이 앞섰기 때문이다.
산해경(山海經), 본초강목(本草綱目),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제민요술(齊民要術),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는옴이나 종기 등을 치료하는데 황토 요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아궁이 속의 흙은 복룡간(伏龍肝)으로 습종, 부종, 대하, 해수, 토혈, 악조(입덧), 중풍 같은병에 약으로 쓰였다. 또한 상사병(相思病)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황토를 은단처럼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복어를먹고 죽어 가는 사람을 오동잎ㆍ비파잎ㆍ뽕잎ㆍ박하잎 등을 바닥에 깐 뒤 여기에 눕히고 황토로 몸을 덮어 하룻밤을 지내게 하면 치료가 되었다고 한다.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사람은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땅에 묻고 황토 물(지장수)를 먹이면 화상이 치료됐다.
실제적으로 콘크리트조주택의 차음성능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전달되는 음에 대한 만족도가 목조심벽집과 목조주택의 경우가 더 높다. 흙집은 가청역(15Hz~20kHz)인 기계소리는 투과 손실율이 높은 반면 초음파역(20~30kHz)인자연소리는 투과 손실율이 작다. 그런데 악기소리의 경우 집 밖으로 나가는 투과 손실율이 커서 주변에피해를 주지 않고 음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소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목재, 흙 등의 건축재료 들은 흡음 성능이 높아서 실내에서의 잔향시간이 짧다. 음(소리)이 콘크리트 소재나 철 소재 등을 통과할 때는 변조가 되는 반면에나무와 흙을 통과할 때는 변조가 되지 않으므로 흙집에서는 본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어 음향의 청음성이 좋다.
주택내의 공기 환경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새시나 시스템 창호를 이용하면 단열과 밀폐가 잘 되어서 주택 알레르기 현상이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목조주택은 1시간에 3번은 안팎의 공기가 바뀌고, 흙집은 1시간에 5번, 단열재를쓴 집은 2~3시간에 1회 정도 환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흙과 목재 재료는 미립자 공기층이 층층이 형성되어 있어 단열성이 있으면서 통기성이 좋아 실내공기가 탁해져서 밀도가 높아지면 흙벽의 공기층에 머물면서 바깥으로 이동하게 되어 환기가 스스로 이루어진다. 실외의혼탁한 공기는 흙벽의 필터 효과로 전화되어 실내로 공급된다. 주택의 실내에 CO2 농도를 높여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측정한 결과 슬래브집보다는 목조심벽집에서 초기에 빨리 감소하였고, 흙벽이 두꺼울수록 초기에 감소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충북대학교리신호 교수의 ‘흙집의 환경생태성’ 논문 참조>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