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시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 비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사랑 -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 소년부처 - 정호승 경주박물관 앞마당 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 가 목 잘린 돌부처들 나란히 앉아 햇살에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 조르르 관광버스에서 내려 머리 없는 돌부처한테 다가가 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소년부처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 약수터 가는 길 - 한명순 약수터 가는 길, 푸른 숲속 길. 매미소리를 이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안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밟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끌고 갑니다. 푸른 숲속 길, 약수터 가는 길. ![]() 여름방 - 김달진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달빛을 먹는다 … ![]()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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