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웰빙라이프] 심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 촉진
개그맨 김형곤씨의 돌연한 사망은 많은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 많던 살을 다 빼고 열심히 운동하던 사람이 그렇게 갈 수 있나 싶어서다.
그런데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하다 갑자기 사망한 이들이 사실은 적지 않다. 유명한 의사 P씨도 그렇게 운동하다 쓰러졌는데 사망은 아니지만 십년 넘어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으로 지내고 있고 많은 재산과 명예를 놔두고 간 몇몇 사람들도 운동하던 중에 쓰러졌다.
운동은 무조건 좋고 심하게 할수록 좋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이제 좀 고칠 때가 되었다. 운동이 무조건 좋다면 운동을 직업으로 삼아 하루 종일 운동하는 선수들이 일반인보다 더 오래 살아야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격렬한 운동을 한 선수들보다는 그저 체조나 하고 걷기나 자전거 타기 정도만 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오래 산다. 자기 동네 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는 철학자 칸트는 평생을 동네 한바퀴 도는 산책이 운동의 전부였는데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심한 운동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켜서 오히려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격렬하게 할 때 우리 몸에서는 활성산소가 대량 발생하는데 이 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와 혈관을 파괴하는 질 나쁜 산소다.
20대의 젊은이는 몸에서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항산화제가 만들어지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항산화제의 생산능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것은 몸에 나쁜 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심한 운동을 하면 자칫 몸에 무리가 가서 나쁜 일이 생길수도 있다. 살을 빼려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살을 빼려면 걷기 같은 부드러운 운동이 훨씬 낫다.
걷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몸속의 지방을 태우는 산소를 계속 들이마시지만 달리기를 하면 달리는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에도 힘이 들어서 정작 지방을 태울 산소는 없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달리기보다 걷기가 나은 것이다. 또 운동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비가 그리 큰 건 아니다.
가령 달리기를 매일 15분간 한다고 해도 이것으로 소비되는 칼로리는 150㎉ 정도에 불과하다. 운동 후에 딸기 5알만 먹으면 죽으라고 뛴 칼로리가 고스란히 허사가 되는 것이다.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온 여성들이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런 음료수의 칼로리는 운동해서 태운 칼로리를 순식간에 보충하고도 남는다.
그러니 운동만 해가지고 살을 뺄 생각은 말아야한다. 그리고 김형곤씨는 운동 중에서도 특히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두뇌운동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남을 웃기는 일만큼 힘든 일도 없다.
5초의 웃음을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짜서 새로운 개그를 만들어내는 일은 사실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개그맨치고 이 고통을 실감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의 개그에 즐겁게 웃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다 그의 고통에 빚진 사람들이다. 나도 빚진 자로서 그의 죽음이 정말 안타깝다. 탱자님이여 고이 잠드소서.
국제대학 웰빙 건강관리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