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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원자 시/ 정덕기 곡/ 소프라노 김혜란)

시인의마을들 2008. 11. 16. 07:28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원자 시 / 정덕기 곡
      소프라노 김혜란 / 피아노 고승희
      한 평도 못 되는 아니 반 평도 못 되는 
      한 평도 반 평도 못 되는 곳에
      수천 평도 넘는 아니 수만 평도 넘는
      수천 평도 수만 평도 넘는 마음을
      가두어 버리고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거울 속에 내 모습 거울 속에 내 모습
      이리보고 저리보고 그리다 만 눈썹 그리는데
      그 때 십이 층으로 며칠 전 이사 온
      쪼금 잘 생긴 잘 생긴 아저씨 슬쩍 타더니
      못 볼 것을 본 듯이나 못 볼 것을 본 듯이나
      등을 돌리네 등을 돌리네
      아이구나 아이구나 등을 돌리네
      (에그머니 이를 어째)

      첫사랑도 아닌데 가슴이 가슴이 두근거려
      덩달아 덩달아 등 돌리고 신발만 쳐다보네
      그 때 하얀 셔스 쪽빛 바탕의 넥타이 말쑥한 칠층 아저씨
      배 내밀고 타더니 어설프게 메마른 기침 한 두 번 하고는
      거울 속에 비친 나를 힐끗 훔쳐보네 나를 훔쳐보네

      지은 죄도 없는데 얼굴 달아올라
      지은 죄도 없는데 얼굴 달아올라
      나의 두 뺨을 어루만지네 어루만지네
      날마다 미루다가 때마다 미루다가
      십년이 넘어버린 칠층 아저씨와의 인사
      모처럼 인사할까 어떻게 인사할까
      다시 한 번 숨 한 번 내 쉬고 큰 맘 먹는데
      (그만 문이 열리고)
      수천 평도 수만 평도 넘는 내 마음이 줄행랑친다
      (아~~~아~~~)
      아이고 걸음아 나 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