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할 수 있는 음악과 글/늘 들어도 즐거운노래

쎄시봉! I love you all~~~

시인의마을들 2011. 2. 17. 10:05

이장희 with....jpg

 

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던 시간이 끝났다.

막이 내린 것이다.

남편도, 아들도, 나도 말이 없다.

잠시 고요한 정적이 흐른 후 남편은 가늘게 말한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사노? 이틀밤 참 좋았는데.....'

 

이 달콤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그건 너, 너 때문이야....

참 세상은 기분좋은 화이트 초콜렛을 한 입 가득 머금은 듯 행복함이 넘치는 것 같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태초에 빛이 있었다'고 했지만

어쩌면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고 말 하고 싶을 만큼

선율이 실린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을 온통 뒤흔든다.

우리들의 세월속에 이 다섯남자들은 우리 마음 한 부분이 되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장희.jpg 인터뷰~1.JPG

 

아들과 딸이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딸은 어릴적부터 온갖 악기들을 두루 섭렵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펜풀룻을 만지며 노래 부르기를 즐겼다.

작곡에도 관심이 많아서 작곡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는 그녀는

대학에서 합창을 하며 세상을 두루 다니며 콘서트 투어를 하더니 졸업을 한 지금까지도

뉴욕에서 노래를 하며 가끔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는 것 같다.

아들녀석도 딸과는 다른 장르의 음악에 미쳐 살아간다.

딸이 클래식에 매료되어 있다면 아들은 기타를 중심으로 한 음악을 즐긴다.

우리집엔 각종 기타가 대여섯대가 있다.

각종 전자 기타와 더불어 전자드럼과 전자 키보드까지....

한 달에 한곡씩 작곡을 하는 것이 연중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녀석이 부르는 노래를 나는 좋아한다.

 

내 아들의 영웅은 빅터 우튼이다.

그가 쓴 글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음악레슨'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말 감동이란 한순간에 해일처럼 일어나 가슴 깊은 곳에 오래 오래 남는가 보다.

어제의 행복감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오늘 또 행복했다.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나는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즐겨 들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LA의

'라디오 코리아' 사장이 이장희였다.

나보다 나이가 더 든 사람을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는 내 친근함과 마음 깊은 곳에서의 사랑을 전해주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들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진지하게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잔잔한 고백 편지를 써 온

이장희의 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런 우정이 그립다.

편지의 말미에는 늘 'I love you"라는 고백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는 정말 로맨티스트이다.

자신을 찾아오는 그 누군가를 위해 걸레로 방바닥을 닦고 장미꽃을 나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조영남~1.JPG  김세환~1.JPG

 

오늘, 나는 그동안 삶의 무게와 계산만 들어있던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낼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보낸 약 5년의 세월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경영이라는 짐을 안고 있다는 것이 홀가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정리하면서 결과와 관계없이 기분 좋게, 행복하게 일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며 삶을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 그리고 행복감으로 이어가듯

나도 내 일을 노래처럼 사랑하면서 기꺼이 행복하자는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한 때 나를 열광케 한 송창식의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이 고마웠다.

죽을 때까지 고집스럽게 음악을 하겠다는 그 말이 참 고마운 생각이 든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사는게 뭔가 싶다.

나도 언젠가 내 일을 그만 둔다면 운동화를 신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걸어보고 싶다.

때로는 미숫가루 한 봉지로 끼니를 떼우기도 하면서 별이 총총한 시골밤을 지키고 싶다.

하루종일 암막 커튼을 친 방 안에서 노래를 듣기고 하고

때로는 하루에 영화를 대여섯편씩 보기도 하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음식도 만들고 싶다.

밤을 유난히 좋아하니 송창식처럼 밤낮을 바꿔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좋아하는 근사한 카메라를 차에 싣고 발길 닿는대로 하루 종일 사진도 찍고 싶고

마음속에 구름결처럼 흘러가는 생각들을 놓치지 아니하고 글로 써서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 여겼던 열정과 사랑,

그리고 가슴을 뜨겁게 데워줄 정서적 포만감을 나는 오늘밤 가득히 느꼈다.

어쩌면 새롭게 스물의 마음으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밤 늦은 시간,

마음속의 감동이 주체하기 힘겨워 베란다로 나가서 밤하늘을 보았다.

가장 낮은 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는 아들의 음성이 두런두런 들리고

허기를 느낀 남편은 라면 반개로 야식을 즐긴다.

잉여로운 삶의 한순간을 나는 이렇게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