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들
2013. 1. 28. 19:22
겨울노래 11곡 모음
눈의 노래
사랑하였습니다
그대의 소리 없는 음성을
희디 흰 얼굴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대 사랑은 늘 내게서 비껴갔지만
다시 운명처럼 스쳐오곤 하였습니다
기억에서 망각으로 이르는 공간을
겹겹이 작은 심장들의 고동으로
가득 채우곤 하였습니다
그대 부서져 내리고 있습니다
끝끝내 내게 허락하지 않았던
아득한 저 미로를 헤맬지라도
돌아 나올 길이 깊게 덮이더라도
그대 모습과 내 그리움의 잔상이 겹쳐진
첫 발자국에서 마지막 발자국까지
나는 그대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아, 그대가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의 오랜 사랑은 이제
입술이 갈라지고 볼이 터져 가는데
손길은 허공을 저을 뿐
그대 얼굴을 감쌀 수 없습니다
그대 어깨에 닿을 수 없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날이 지나야
그대 더운 입김 지워질까요
슬픔보다 깊은 아련함이
소리 없는 노래로 맺혀 내립니다
고개 들어 깜박이는 속눈썹에
참아도 살짝 비치는 눈물 위에
아직 식지 않은 모든 흔적들에
하얀 그대 내립니다
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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