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들 2012. 3. 16. 17:56

 
봄비가 내리는 날/달비김려원 
우산을 들고 고개 숙여 걷는 남자
무슨 생각에 얼굴은 발 끝을 향하고
쭉 뻗은 대나무 숲 사이 빗소리 
사락사락 뾰족 댓잎을 간지러고
하늘 향해 뻗은 나무들
내리는 비 흠뻑 맞으려 
가지가지 두 팔 벌리고 
지긋이 눈 감고 있었다.
내리는 봄비! 
대지에 솟아 오른 고향의 흙 내음
나는 만끽하며 훔... 숨 크게 빨아들인다.
이런날에 
그대 함께 시린 옆구리 팔장 끼고
토담장 찻집에서
향기나는 헤즐럿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왜 이리 마음 마저도
비처럼 촉촉하 젖어드는 것일까!
중년의 이 나이 뭔가도 모를 허전함과 고독
그래서 빗속에 그 남자도 고개 숙여 걷고 있었던 걸까!
201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