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들
2011. 11. 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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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쑥쑥 키를 위로 올리는 것은
밝은 해를 닮고자 함이다.
그 향일성(向日性)
나무가 날로 푸르러지는 것은
하늘을 닮고자 함이다.
잎새마다 어리는
그 눈빛.
나무가 저들끼리 어울려 사는 것은
별들을 닮고자 함이다.
바람 불어 한 세상 흔들리는 날에도
서로 부둥켜안고 견디는 그
따뜻한 가슴.
나무가 촉촉이 수액을 빨아올리는 것은
은핫물을 닮고자 함이다.
하나의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흘려 준
한 방울의 물
가신 우리 어머니가 그러하시듯
산으로 가는 길은 하늘 가는 길.
나무가 날로 푸르러지는 것은
하늘 마음. 하늘생각 가슴에 품고
먼 날을 가까이서 살기
때문이다.
(오세영·시인, 1942-)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벧전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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