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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 거머리가 사람을 살린다
시인의마을들
2011. 3. 14. 17:49
구더기 · 거머리가 사람을 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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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생물 난치병 해결사 등장 의사 등 생물요법학회 만들어 "나는 고름먹고 항생물질 주죠" "난 접합수술후 뒷마무리 한다" "내 침은 통증 해소에 특효"
구더기, 거머리, 물고기, 벌침 등
생물체를 이용한 치료법이
현대의학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혐오생물'로 여겨져 왔던 것들이
난치병 치료의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의사와 한의사 등 관심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생물요법'이라는 학회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 구더기는 청결한 청소부
구더기 치료에 사용되는 벌레는 학명으로 '패니시아 세리카타'라 불리는 파리의 애벌레다. 이 애벌레는 인체의 살아있는 조직에는 알을 낳지 않고 오직 죽은 조직에만 알을 낳는다. 그래서 정상조직은 전혀 해를 입지 않고 죽은 조직만 녹게 된다.
이 구더기들은 환자의 환부 중에서 썩거나 죽은 세포들만을 먹으면서 입에서 항생 물질을 분비한다. 즉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조직이나 고름을 깨끗하게 녹여서 먹어치우며 동시에 항생물질을 분비해 생체 조직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작용을 한다.
구더기 요법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반코마이신이나 메티실린 등의 강력한 항생제에도 끄떡하지 않는 죽은 상처에도 놀랄 만큼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구더기는 상처에 적당한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면서 스스로는 성장인자를 분비하고 죽은 조직 밑의 정상조직에는 사이토카인류를 분비하게 유도한다. 그 결과 무기력하게 썩어가던 조직이 활기를 띠게 되고 마침내 분홍빛의 새살이 돋아나게 된다.
처음에 부화된 구더기는 1㎜ 정도 크기지만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나중에는 15㎜까지 자라게 되며 무게도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
고신대 복음병원 성형외과 정승문 교수는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어 엉덩이 등이 짓물러져 생기는 욕창을 회복시키고 당뇨성 족부궤양과 괴사성 외상 등 만성적이고 지저분한 상처를 없애는 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더기가 상처부위를 회복시켜 주면 뒤이어 피부이식과 피판술 등 2차적인 진료도 가능하게 된다.
# 거머리 한 해 3만~4만 마리 소비
거머리 요법이란 의료용 거머리를 이용하여 신체의 국소부위를 물려 피를 빨게 하는 과정을 통하여 치료효과를 얻고자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미 식약청(FDA)으로부터 지난 2004년 승인을 받은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3만~4만 마리가 소비될 정도로 거머리는 의료계에서 귀하신 몸이 됐다.
거머리는 주로 손가락 절단 후 접합 부위를 자연스레 낫게 하는 데 쓰인다. 손가락 끝마디가 사고 등으로 절단되면 현미경을 보면서 동맥을 이을 수 있으나, 정맥은 쪼그라들어 이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접합된 손가락에 피가 고여 퉁퉁 붓는다. 특히 손가락 끝마디가 절단되거나 발육이 덜된 어린이의 정맥 봉합은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피를 빠는 거머리 요법.
정형외과의 수부외과 전문의들이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한 후 뒷마무리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는 것이 거머리라고 할 수 있다. 거머리 요법을 10~15일간 매일 하면 손가락 혈액순환이 이뤄지고 그 사이 새로운 정맥이 생겨나 접합수술 성공률이 올라간다. 거머리의 침샘에는 국소 마취물질이 있어 물어도 아프지 않으며 혈관 확장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동병원 미세수술팀 김종진 과장은 "이전에는 재접합 수술 후 일부러 손가락 끝을 절개해 피가 흐르게 했는데 혈액이 굳어져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거머리 치료법으로 정맥 봉합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봉침요법, 통증 해소에 탁월
봉침요법은 꿀벌에서 채취한 봉독을 정제 과정을 거쳐 인체의 혈자리에 투입하는 침술이다.
봉침의 가장 큰 효능은 강력한 진통작용이다. 봉독 내에 있는 아톨라핀 성분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흔히 물리치료를 하거나 진통제를 먹어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만성적인 통증에 봉침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진통의 효과는 단순히 아프다는 감각뿐만 아니라 시리고 저리다, 당긴다, 후끈후끈하다, 남의 살 같다, 우리하고 쑤신다, 힘이 빠진다 등 인체의 교감신경 장애 때문에 오는 모든 이상감각에 대해 광범위하게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봉침은 모든 고질적인 통증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20~30%를 차지하는 만성 통증환자의 대부분은 심각한 약물중독에 빠져 있고 비과학적인 치료나 민간요법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봉침요법은 대체보완 치료법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의대 한방병원 윤현민 교수는 "봉침 치료를 실시하면 처음에는 통증의 감소를 느낄 수 있는데 운동장애 증상까지 치료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고신대 복음병원 정승문 교수
강동병원 정형외과 김종진 과장
동의대 한방병원 윤현민 교수
# 구더기 200마리 묶음 20만원 거머리 한마리당 3만원 정도
생물요법에는 구더기 거머리 봉독 기생충 등 다양한 의료용 생물체가 사용된다.
구더기는 바이오백(Bio-Bag)이라 불리는 1회용 티백 녹차 모양의 망사형 주머니에 담겨 사용된다. 4㎝×4㎝ 크기에 200마리 정도 들어가며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다. 이 주머니를 괴사성 또는 궤양성 상처 부위에 붙이면 구더기가 망사 틈을 통해 죽은 상처조직을 먹어치운다. 가격은 주머니 1개당 20만원 정도다.
의료용 거머리는 국내에서 한해 3만~4만 마리가 소비되고 있다. 국산 참거머리는 크기가 작아 피를 빠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덩치가 배 이상인 영국산을 주로 쓴다. 최대 길이가 8~9㎝에 이른다. 1마리당 가격은 3만원 정도다. 하루에 1마리 혹은 2마리까지 사용할 수 있다.
봉독은 일주일에 2번 정도 맞는다. 한 번 맞으면 2~3일간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봉독의 양에 따라 작은 것은 1만원, 큰 것은 2만원 정도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보통 5회 안팎으로 맞는데 만성질환인 경우는 6개월 동안 맞기도 한다. 봉독이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맞는 양도 점차 늘려야 한다. 김병군 기자
출처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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