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들 2011. 3. 9. 09:23

마늘주사의 비밀

요즘 일부 병원에서는 귀족주사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마늘주사. 마늘 50개를 농축해 담은 것과 같다는 이 주사의 효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늘주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사실 ‘마늘주사’에는 마늘이 없다. 비타민 B1 성분으로 맞을 때 마늘 냄새가 나서 마늘주사라고 불린다. 바쁜 직장인에게는 피로회복이 되고, 중년에게는 노화방지와 정력 강화, 수험생에게는 집중력 강화, 심지어 마른 사람에게는 살까지 찌워준다고 하니 이보다 좋은 약이 없다. 말 그대로 만병통치약이다.

전국으로 퍼져있는 마늘주사의 비밀을 밝힌다.

실태보고, 개인병원에 불고 있는 마늘주사 열풍

얼마 전, 소비자고발팀에 마늘주사의 효능이 궁금하다는 제보가 하나 접수되었다. 가까운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늘주사가 몸에만 좋다면 맞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도 마늘주사의 효능에 대해 궁금해 하는 글들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 동네 개인 병원에서 마늘주사 광고지를 보았다고 한다. 취재진이 만난 한 신혼부부도 평소 고된 일 때문에 피곤한 남편을 위해 3만원을 주고 마늘주사를 맞혔다고 한다. 한남옥씨 부부도 처음 마늘주사 광고지를 본 곳이 동네 피부과였다.


취재진은 마늘주사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내의 병원을 찾았다. 가정의학과는 물론이고 소아과,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심지어 비뇨기과까지. 가는 곳마다 마늘주사의 광고지와 입간판들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병원에서도 마늘주사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늘이 그려진 홍보지에는 주사의 여러 가지 효능들이 적혀있었고 마늘 50개를 농축해 놓은 것과 같다는 글귀도 보였다. 병원에서도 마늘의 좋은 성분 성분만 추출해 담았고, 마늘주사 한대를 맞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마늘을 한 궤짝씩 먹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마늘주사, 만병통치약인가?

마늘주사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병원에서 말하는 마늘주사의 효능 때문이다.

취재진은 병원에서 마늘주사의 효능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도 알아보았다.


1. 20대 젊은 여성 - “피부에도 좋고, 여러 가지 좋죠. 피가 맑아지고 하니까 피부가 좋아지죠.”

2. 자녀를 둔 여성 - “영양보충을 해주는 겁니다.”

3. 고등학생 -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집중력이 향상돼요.”

4. 20대의 젊은 남성 - “근육들의 힘이 강화되니까 근육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5. 50대 중년 남성 - “기력 떨어진 거라든가,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되죠.”

문의하는 사람에 따라 효능도 제각각이다. 일부 병원의 홈페이지에는 마늘주사가 노화방지까지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병원의 말에 따르면 마늘주사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천차만별인 마늘주사의 가격, 강남사람들을 위한 웰빙의약품인가?

마늘주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가격. 일본에서 개발 된 마늘주사의 수입을 적극 찬성했다는 한 개원의는 마늘주사가 고가의 귀족주사가 될지 몰랐다며 마늘주사의 가격이 엄청나게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 개원의의 말에 따르면 제약사에서 병원에 공급되는 마늘주사의 가격은 국내 생산품이 5-6천 원 정도. 수입품이 1만5천 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15곳의 병원에 마늘주사 가격을 문의한 결과 가격은 3만원에서 비싼 곳은 15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렇다면 마늘주사를 개발한 일본에서는 어떠할까? 마늘주사를 최초로 시판한 히라이시 닥카히사 박사는 한국의 마늘주사 가격을 듣고 굉장히 비싼 가격이라며 놀라워했다.

마늘주사보다 다소 흡수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보통 비타민 B1 결핍환자들에게 쓰인다는 다른 비타민 B1 의약품도 마늘주사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사제의 경우 하루 투여량으로 계산해 볼 때 600원 정도이며 정제로 된 것도 60원 정도이다.

국내에서 마늘주사를 생산하고 있는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마늘주사가 삶에 여유가 있는 강남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일종의 보톡스처럼 맞아도 되고 안 맞아도 그만인 웰빙 의약품이라는 어의없는 말을 했다.



마늘이 없는 마늘주사의 진짜 효능은?

그렇다면 마늘주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진짜 효능은 무엇일까? 우선 마늘주사의 성분을 알아보았다. 성분표를 보면 ‘염산푸르설티아민’으로 되어있다. 염산푸르설티아민은 비타민 B1으로 체내에 흡수가 좀 더 잘 되도록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타민 B1은 체내에 에너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조요소로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만 쓰이고 나머지는 몸밖으로 배출되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결핍이 되면 각기병과 만성 피로 등이 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비타민 B1을 성분으로 한 마늘주사는 일본에서 개발되었으며 국내에는 현재 6개의 제품이 병원으로 공급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생산품 3개, 일본 수입품 3개) 물론 모두 ‘염산푸르설티아민’이라는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마늘주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주사를 맞을 때 마늘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냄새도 마늘과 비슷한 냄새일 뿐이지 마늘의 성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식약청에서 허가 받은 마늘주사의 효과와 효능은 ‘비타민 B1의 결핍의 치료 및 예방’으로 되어있다. 보통 비타민 B1이 결핍되어 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자, 둘째. 위나 소장 등의 수술로 인해 영양분이 흡수가 안 되는 경우, 셋째. 극심한 육체 사용을 하는 사람들. 이런 경우에는 체내에서 비타민 B1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돼지고기, 잡곡류, 땅콩 등의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 B1을 충분히 음식으로 섭취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수용성 비타민이라 섭취를 많이 해도 체내에 필요한 만큼만 쓰이고 소변으로 배출돼, 체내에 비타민 B1이 채워져 더 이상 필요도 없는 일반인이 주사로까지 비타민 B1을 투여한다면 체내에 별다른 효과도 없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마늘주사가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았다.

피로도를 떨어뜨린다는 마늘주사를 일반인 5명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맞혀보았다. 검사 전 개인이 느끼는 피로도를 설문지로 체크하도록 하고, 객관적인 피로도를 알 수 있다는 젖산의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채혈을 하였다. 30분간 정맥을 통해 마늘주사를 투여하고 1시간 뒤, 다시 혈액을 채취해 젖산의 수치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젖산의 수치는 평균 1.25mg에서 0.92mg로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젖산의 수치는 2.2(mg/100ml) 이상이다. 즉, 검사를 한 5명의 일반인 모두 마늘주사를 맞은 후 젖산의 수치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주사를 맞기 전부터 맞을 필요가 없는 정상 범주에 속해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본인이 피로하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정상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굳이 마늘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취재진은 비타민 B1 의약품을 주로 사용 한다는 알코올 질환 전문 치료기관도 찾았다. 이곳의 환자들은 매일 비타민 B1과 함께 다른 비타민들을 처방받는다고 한다. 물론 이곳에서 사용하는 것들이 우리가 마늘주사라고 부르는 의약품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알코올을 섭취해야 비타민 B1을 처방받는 것일까? 이곳의 전문가는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자가 아니면 굳이 비타민 B1을 처방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자라도 건강상태가 호전되면 비타민 B1의 투여를 중단한다며 평생 비타민 B1을 처방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마늘주사라고 부르는 이 주사제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처방되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현재 마늘주사는 굳이 맞지 않아도 되는 일반인들이 비타민 B1 결핍의 치료 및 예방 목적이 아닌, 일부 병원에서 말하는 황당한 효능들을 얻으려 맞고 있다.

물론 염산푸르설티아민을 성분으로 한 마늘주사는 비타민 B1이 체내에 흡수가 잘 되도록 만들어진 좋은 의약품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약품이라도 올바르게 쓰였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알코올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 기관의 의사는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을 남겼다.

"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필요해서 쓰는 건데. 왜곡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특히나 알코올 의존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으십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을까요. 물론 더 좋은 약들이 또는 좋은 비타민들이 나와서 그런 결핍으로 인해서 영구적인 장애를 가지게 될 위험성이 있는 분들에게 사용되는 데 도움이 돼야지, 그게 어떤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라고 봅니다.“





취재 I 오은일 PD(http://office.kbs.co.kr/oeiieo) 글 I 김솔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