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뇌 메커니즘 연구 코카인, 호르몬 분비 방해 단백질 형성도 영향 미쳐 과기부 9년간 연구 지원
영화 '나홀로 집에'의 매컬리 컬킨, 'ET'의 드류 배리모어의 공통점은? 어릴 때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부와 명성 때문에 어린 나이에 마약에 손을 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들은 혹독한 재활과정을 거쳐 마약을 끊었다지만 결과는 '글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약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이유는 마약이 뇌의 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다. 마약과 이에 따른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부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최근 뇌 인지 과학 연구에 올해부터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뇌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뇌와 마약의 메커니즘
대마초, 코카인 등 마약을 흡입하면 환각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주변 환경이 평소 자신이 꿈꾸던 천국으로 바뀌게 되며 앞에 있는 못 생긴 이성도 자신의 이상형으로 돌변하게 된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지나가던 새가 마치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여기는 이상 심리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심리 상태가 일어나는 이유는 마약이 사람의 뇌 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다. 뇌세포의 종합적인 유전자 발현을 마약이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부산대 신경과학연구실(실장 최은상, 생명과학부 교수)은 '코카인과 뇌세포의 메커니즘' 연구를 2004년부터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실은 약물중독의 형성 메커니즘 규명에 몰두하고 있는데 한국학술진흥재단,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의 연구지원을 받고 있다.
신경과학연구실은 코카인이 일차적으로 뇌의 도파민(뇌에서 나오는 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도파민과 반응을 하는 도파민 수용체를 과잉 자극해 뇌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뇌 호르몬인 글루타메이트의 작용도 방해해 뇌세포의 구성인자인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했다. 도파민은 만족이나 기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 화학물질이자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로 분비가 늘면 원기가 왕성해지고 성취욕이 강렬해지며, 글루타메이트 역시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다.
최은상 교수는 "코카인은 뇌 단백질 형성에 영향을 미쳐 뉴런(신경계의 단위로 자극, 흥분을 전달)의 죽음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마약을 투여한 사람은 뇌 전체의 메커니즘이 바뀌어 계속 흡입하지 않을 경우 뇌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서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계속 마약을 손에 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최 교수는 "약물중독 현상은 사회가 복잡다기해질수록 보다 심화될 소지가 높지만 국내에서 이와 관련 연구는 미흡한 상태"라며 "뇌연구가 알츠하이머 등 질병, 줄기세포 등에 국한되지 않고 약물중독 등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파…'도 뇌에서부터
정상 뇌(왼쪽)와 코카인 중독자의 뇌 단층촬영
인간의 마음은 수천 가지, 수만 가지이다. 마음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것 같지만 정작 마음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머리 속, 뇌이다. 복잡한 뇌가 가지각색의 신호를 보내 영화를 볼 때 감동,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행복감, 이성을 봤을 때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뇌는 오로지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한다. 자극을 받았을 때 간단한 전기신호를 보내 뇌 속의 신경세포(뉴런)의 세포막이 약 -60mV 정도였던 것이 +30mV 로 양이온이 증가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다.
정보의 내용이 복잡하거나 단순한 것에 상관없이 모든 뉴런이 이 같은 방법으로 전기신호를 만들며 이러한 전위의 변화는 나트륨, 칼륨 이온의 이동에 의해 일어난다. 양전하를 띤 나트륨이 갑자기 뉴런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면 세포막은 순식간에 음이온에서 양이온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뇌는 단순하게 반응하는데 인간의 마음은 수만 가지. 이는 1000억 개가 넘는 뇌의 신경세포와 1조 개의 신경교세포 덕택이다. 또한 신경세포들끼리 만나 정보 교환하는 장소도 최소 100조 개에 이른다. 이렇게 상상하기 힘든, 무한대에 가까운 뇌세포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다.
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시냅스도 인간의 마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냅스는 세포를 완전 밀착해 전류를 직접 주고 받을 수 있는 전기적 시냅스와 신경전달 물질을 매개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화학적 시냅스 두 종류가 있다. 화학적 시냅스 사이에는 20~50나노미터(nm , 10억분의 1m) 정도 틈이 있는데 이 틈을 통해 신경전달 물질이 나온다.
시냅스 말단으로 신호가 전달되면 세포막에 존재하는 칼슘 통로로 칼슘이온이 들어오고 이때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이 때 방출된 신경전달 물질이 이웃세포의 수용체와 결합을 하게 된다. 시냅스와 세포 수용체와의 결합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일에 대해 감정이 수십번씩 변하기도 하고 한 번 먹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은상 교수는 "장미를 보는 등 외부로부터 자극이 있을 때 뉴런에서는 나트륨, 칼륨 이온들의 이동이 신속히 일어나고 방출된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해당 DNA로부터 유전자들이 발현되고, 결국 장미에 대한 느낌이 단백질의 형태로 형성된다"면서 "기억의 저장고로서 뇌세포의 구성인자인 단백질이 인간의 감정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뇌연구 본격화
과학기술부는 최근 인류가 밝혀야 할 분야 중 최후의 분야로 생각되고 있는 '뇌 인지 과학' 연구지원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우선 올해 10억 원을 지원하고 향후 9년간 계속 이 분야 연구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지난달 28일 홈페이지(www.most.go.kr)에 뇌 인지 과학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과기부는 또 내년에 수립하는 제2차 뇌 연구 촉진기본계획(2008~2017년)에 뇌 인지 과학분야의 토털 로드맵, 정부투자 계획 등을 포함시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뇌 인지 과학은 뇌 인지 기능 상호작용 원리를 밝히고 뇌신경망의 역동적 특성을 규명해 인지과정의 모형을 제시하고 인지 신경학적 진단과 치료, 인지 기능 항진을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분야다.
임인재 기자 jae02@kookje.co.kr
출처 국제신문 | | |